지난 편에서 사람이 병원의 가장 비싸고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한 가지 질문을 더 드리겠습니다.
"수억 원짜리 CT를 전담 관리 없이 방치하는 원장님은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은요?"
설비 관리자는 있는데, 사람 관리자는 없습니다
병원에 고가의 의료 장비가 들어오면 당연히 전담 관리를 합니다. 사용법을 교육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고장이 나면 즉시 AS를 부르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들입니다.
재무 자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회계사가 장부를 관리하고, 세무사가 세금을 처리하고, 정기적으로 재무 상태를 점검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어떤가요?
채용은 급할 때 공고를 내고, 면접은 원장이 진료 사이에 짬을 내서 하고, 입사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대응합니다. 체계적인 온보딩도, 정기적인 역량 점검도, 성장을 위한 투자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장 비싼 자산을, 가장 비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겁니다.
사람이라는 자산은 기계와 다릅니다
사람에게 전문적인 관리 기능이 필요한 이유는, 사람이 다른 자산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떠날 수 있습니다
기계는 관리를 안 해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낡아가더라도 제자리를 지킵니다. 하지만 사람은 다릅니다. 불만이 쌓이면 나갑니다. 더 나은 곳이 보이면 이동합니다.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마음이 먼저 떠납니다.
그래서 사람이라는 자산을 유지하려면 동기부여 체계를 설계하고, 조직 분위기를 점검하고, 이탈 신호를 감지해야 합니다. 급여를 제때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왜 일하는지, 여기서 성장할 수 있는지,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는지를 직원이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명이 나가면 연봉의 50~200%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탈을 방지하는 것 자체가 곧 비용 절감입니다.
사람은 성장하거나 정체합니다
같은 장비는 시간이 지나도 같은 성능을 냅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역량이 올라가기도 하고, 오히려 퇴보하기도 합니다.
적절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맞는 자리에 배치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피드백을 주면 자산 가치가 올라갑니다. 3년 차 테크니션이 5년 차가 되었을 때, 처음과 같은 일만 반복하고 있다면 그건 자산이 감가상각된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성장 경로를 제시하고 역량 개발을 지원하면, 같은 사람이 2배, 3배의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은 장비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람만이 가진 성장 잠재력입니다.
사람은 조합에 따라 시너지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뛰어난 수의사를 영입해도, 수술 보조 테크니션과 호흡이 안 맞으면 수술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실력 있는 간호사를 뽑아도, 의사와 소통이 단절되어 있으면 환자에게 전달되는 케어의 질이 떨어집니다.
개인의 역량 합이 곧 팀의 역량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합과 배치, 소통 구조, 역할 분담에 따라 1+1이 3이 되기도 하고, 0.5가 되기도 합니다.
채용 단계에서 조직과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팀 구성을 설계하고, 갈등을 조율해서 개인의 합보다 큰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 이 역할을 하는 전문 기능이 필요합니다.
그 전문 기능의 이름이 HR입니다
정리하면, HR이란 사람이라는 자산을 전문적으로 확보하고, 유지하고, 성장시키고, 최적으로 배치하는 기능입니다.
자산의 특성 | 필요한 관리 | HR의 역할 |
|---|---|---|
스스로 떠날 수 있다 | 이탈 방지 | 동기부여, 조직문화, 보상 설계 |
성장하거나 정체한다 | 가치 향상 | 교육, 배치, 평가, 피드백 |
조합에 따라 시너지가 달라진다 | 최적 배치 | 채용 적합성, 팀 설계, 갈등 조율 |
HR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자산이 유출됩니다(이직). 자산 가치가 하락합니다(정체). 시너지가 깨집니다(갈등). 결국 병원은 계속해서 사람을 새로 뽑고, 새로 가르치고, 또 떠나보내는 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사람이 중요하다"에서 멈추지 마세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원장님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중요한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투자하는 원장님은 많지 않습니다.
수억 원짜리 장비에 전담 관리를 두면서, 그 장비보다 비싼 사람에게는 아무런 관리 체계가 없다면, 그것은 경영적으로 모순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모순이 만들어낸 결과, 즉 병원이 실제로 안고 있는 6가지 사람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편: EP.03 — 병원이 안고 있는 6가지 사람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