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3개월 동안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내보내도 되는 거죠?"
놀랍게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답은 "아닙니다"입니다. 수습 기간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보호받는 근로관계가 이미 시작된 상태이며, 수습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음대로 근로관계를 끝낼 수는 없습니다.
동물병원에서는 수의사든 테크니션이든 거의 모든 신규 직원에게 수습 기간을 적용합니다. 그런데 이 수습 기간을 제대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병원은 많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수습 기간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법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운영 방법을 정리합니다.
수습 기간이란?
수습 기간은 근로자의 업무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 사용 기간입니다. 법률 용어로는 "시용 기간"이라고도 합니다.
핵심을 먼저 짚겠습니다.
수습 기간이라도 근로계약은 체결된 상태입니다. 수습은 "아직 직원이 아닌 기간"이 아니라, "직원이긴 한데 적합성을 평가받는 기간"입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수습 기간은 법에서 의무적으로 정한 것이 아닙니다. 수습을 두는 것 자체는 사업주의 선택입니다. 법이 수습 기간을 강제하지는 않으며, 기간도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통상 3개월이 관행이고,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수습 기간을 두려면 반드시 근로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구두로 "처음 3개월은 수습이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수습 기간 중에 적용되는 법적 보호
4대 보험: 첫날부터 가입
EP.03에서 다뤘듯이, 수습 기간이라도 입사 첫날부터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수습 끝나고 정식 채용되면 그때 가입하자"는 것은 법 위반입니다.
연차: 수습 중에도 발생
EP.04에서 다뤘듯이, 입사 후 1개월 개근하면 1일의 연차가 발생합니다. 수습 기간이라는 이유로 연차 부여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퇴직금: 수습 기간도 재직일수에 포함
EP.06에서 다뤘듯이, 수습 기간은 재직일수에 포함됩니다. 수습 3개월 + 정규 9개월을 합산하여 1년 이상이면 퇴직금 지급 대상입니다.
최저임금: 감액이 가능하지만 조건이 있음
수습 기간 중 최저임금의 90%까지 감액이 가능합니다. 단, 이 감액이 허용되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습 기간이 3개월 이내일 것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을 체결했을 것
단순노무직이 아닐 것
1년 미만 계약직의 수습 기간에는 최저임금 감액이 불가합니다. 동물병원에서 1년 계약의 테크니션을 채용하면서 수습 3개월간 최저임금의 90%를 적용하려면, 계약 기간이 반드시 1년 이상이어야 합니다.
수습 기간 중 해고(본채용 거부)
수습의 핵심 쟁점은 결국 이것입니다. "수습 기간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해고할 수 있는가?"
근로기준법의 해고 예고 규정
근로기준법 제35조에 따르면, 3개월 이내의 수습 기간 중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해고 예고(30일 전 통보 또는 30일분 해고예고수당 지급) 의무가 면제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절차적 완화일 뿐, 해고 자체가 자유롭다는 뜻이 아닙니다.
본채용 거부의 요건
판례에 따르면, 수습 기간 중 본채용을 거부(해고)하는 것은 통상의 해고보다 넓은 재량이 인정되지만, 그래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인정되는 사유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업무 수행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교육·지도에도 개선되지 않음
근무 태도가 불성실하여 조직 운영에 지장을 줌
경력이나 자격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
잦은 무단 결근이나 지각
단순히 "마음에 안 든다", "분위기가 안 맞는 것 같다"는 주관적 판단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동물병원에서의 현실
수의사가 수습 기간 중 진료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테크니션이 보정 업무나 기본적인 처치를 습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채용을 거부하려면, 수습 기간 동안의 평가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수습 기간, 이렇게 운영하세요
법적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습 기간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려면, 아래 네 가지를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1. 근로계약서에 수습 조건을 명확히 기재
계약서에 아래 사항을 포함시키세요.
수습 기간의 기간 (예: 입사일로부터 3개월)
수습 기간 중 급여 (감액 적용 시 구체 금액)
수습 종료 후 본채용 여부 결정 기준
본채용 거부 시 절차
"수습 기간 중 업무 적합성 평가를 실시하며, 평가 결과에 따라 본채용 여부를 결정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두면, 나중에 본채용 거부 시 근거가 됩니다.
2. 수습 기간 중 평가 기준을 사전에 제시
"무엇을 잘해야 본채용이 되는지"를 직원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수습 기간 시작 시 아래와 같은 평가 기준을 서면으로 안내하세요.
동물병원 직무별 예시입니다.
수의사:
기본 진료 프로토콜 숙지 및 수행 능력
보호자 커뮤니케이션 능력
병원 내 협업 및 팀워크
테크니션:
동물 보정 및 기본 처치 수행 능력
마취 모니터링 및 장비 관리
위생·소독 프로토콜 준수
행정:
접수·수납 업무 정확도
고객 응대 능력
기본 행정 시스템 활용 능력
3. 중간 피드백을 실시
3개월 수습이라면, 최소 1회(6주차 전후) 중간 면담을 진행하세요.
중간 면담에서는 잘하고 있는 점, 개선이 필요한 점, 남은 수습 기간 동안의 기대 사항을 구체적으로 전달합니다. 이 내용을 서면으로 기록해두면, 본채용 거부 시 "충분한 기회를 줬다"는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중간 피드백 없이 수습 마지막 날에 갑자기 "적합하지 않다"고 통보하면, 부당해고로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4. 수습 종료 시 공식적으로 결과를 통보
수습 기간이 끝나면, 본채용 여부를 서면으로 통보하세요.
본채용 확정 시: "수습 기간 평가 결과, 본채용을 확정합니다" + 변경되는 근로조건(급여 인상 등)이 있으면 새 근로계약서 체결
본채용 거부 시: 거부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한 서면 통보. 수습 기간 중 평가 기록, 중간 피드백 내용 등 근거 자료를 함께 보관
자주 하는 실수와 오해
"수습이니까 근로계약서 안 써도 되죠?"
아닙니다. 수습 기간이라도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고 교부해야 합니다. 오히려 수습 기간이 있는 경우, 수습 조건까지 포함한 계약서가 더 중요합니다.
"수습 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해도 되나요?"
법에서 정한 상한은 없지만, 판례는 합리적인 범위를 요구합니다. 일반적으로 3개월이 관행이고, 6개월까지는 업무 특성에 따라 인정될 수 있지만, 1년은 과도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습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최저임금 감액도 적용할 수 없고, 해고 예고 면제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수습 기간을 연장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처음 계약서에 명시한 수습 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직원의 동의를 받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연장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반드시 서면 합의가 필요합니다.
"수습 중에 퇴사하면 급여를 안 줘도 되나요?"
당연히 줘야 합니다. 근무한 기간에 대한 임금은 전액 지급해야 하며, 수습 중 퇴사라는 이유로 급여를 깎거나 미지급하는 것은 임금 체불에 해당합니다.
수습 기간 운영 체크리스트
항목 | 확인 |
|---|---|
근로계약서에 수습 기간·조건 명시 | ☐ |
수습 기간 중 급여 수준 명시 (감액 시 요건 충족 확인) | ☐ |
입사 첫날부터 4대 보험 가입 | ☐ |
수습 시작 시 평가 기준 서면 안내 | ☐ |
중간 피드백 실시 및 기록 (6주차 전후) | ☐ |
수습 종료 시 본채용 여부 서면 통보 | ☐ |
본채용 거부 시 객관적 사유 + 근거 자료 확보 | ☐ |
수습 중 퇴사자에게 근무일수분 급여 정산 | ☐ |
마무리
수습 기간은 병원과 직원 모두에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병원은 이 직원이 우리 팀에 맞는지를 확인하고, 직원은 이 병원이 자신에게 맞는 곳인지를 판단합니다.
이 기간을 제대로 운영하면, 적합한 인재를 확신 있게 본채용하고, 맞지 않는 경우에도 법적으로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충 운영하면 분쟁의 씨앗을 심는 기간이 됩니다.
핵심은 사전에 기준을 세우고, 과정을 기록하고, 결과를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직원 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 중 하나인 징계와 해고,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생기는 일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다음 편: EP.08 — 징계와 해고,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생기는 일
💡 VetMan HR의 인사평가 기능을 활용하면, 수습 기간 중 평가 기준 설정, 중간 피드백 기록, 종료 평가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AI 어시스턴트가 평가 코멘트 작성도 도와드립니다.